시즌 전부터 ‘1군 제외’ 통보를 받은 30대 중반 프로 선수의 마음은 어떨까.
프로야구의 비시즌은 짧다. 길어야 2달 남짓이다. 1월 하순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부터 사실상 새 시즌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도 오는 24일 대만으로 출국, 41일간의 스프링캠프를 통해 새 시즌을 준비할 예정. 투수와 포수, 내외야를 합쳐 선수단 숫자만 41명에 달한다. 여기에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1군 코치진 및 트레이너진 전원이 함께 한다.
하지만 20일 발표된 명단에 베테랑 내야수 노진혁과 김민성의 이름은 없었다. 지난해 후반기 외면에 이어 사실상의 전력 외 통보다.
이번 캠프에 참여하는 내야수는 9명. 말 그대로 ‘옥석 가리기’의 장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롯데 내야는 타격 중심의 깜짝 리빌딩을 마쳤다. 3루 손호영, 2루 고승민, 1루 나승엽 트리오는 연봉 협상에서도 나란히 130% 이상의 인상률을 과시하며 그 입지를 확고히 했다. 새롭게 타선의 주축으로 떠오른 ‘윤고나황손’ 5인 전원이 억대 연봉자가 됐고, 윤동희는 2억원에 도달했다.
전준우에 이어 팀내 두번째 고참인 베테랑 정훈, 지난해 주전 유격수를 꿰차며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박승욱, 왼손 대타 겸 내야 멀티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 최항도 이름을 올렸다.
롯데 구단은 차세대 유격수 찾기에 돌입한 상황. 나머지 자리는 말 그대로 경쟁 구도를 펼칠 선수들의 자리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전민재를 비롯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한태양, 지난해 쏠쏠한 활약을 펼친 신인 이호준이 이름을 올렸다. 내야 멀티 및 대주자, 가능하다면 박승욱이나 최항과도 경쟁을 펼칠 선수들이다.
하지만 노진혁과 김민성의 이름은 없다. 김태형 감독은 2군 선수 콜업을 앞두고 직접 2군 현장을 찾아가 지켜보는 등 자신의 눈을 신뢰하는 인물이다. 김태형 감독의 올시즌 전력 구상에서 두 선수가 1차적으로 제외된 셈이다.
노진혁은 지난 2022년 롯데가 무려 4년 최대 50억원의 계약을 안긴 FA 영입이다. 김민성 또한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애지중지해온 유망주 김민수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 내야수다. 트레이드에 앞서 2+1년 최대 9억원에 FA 계약도 맺었다. 바카라사이트
영입 당시에는 롯데에게 간절함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그 필요성이 희미해졌다.
서른을 넘어선 투수에게 2군 불펜 투수는 대체로 큰 의미가 없다. 어떻게든 1군 불펜에서 살아남던가, 2군에서 대체선발로서 기회를 노리는게 현실적인 목표다.
타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김민성은 1988년생, 노진혁은 1989년생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 1군에서 밀려남은 곧 선수생활의 위기를 뜻한다.
지난 시즌 후반기 입지의 연장 구도다. 김민성은 지난해 퓨처스에서 타율 3할5푼2리의 불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후반기 내내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6월까지 1군 성적은 타율 2할, OPS(출루율+장타율) 0.678에 불과했다. 홈런 2방의 임팩트는 컸지만 그 뿐이었다.
노진혁은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받았지만, 공수에서 뚜렷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주 포지션 유격수에서 밀려나 1루와 3루 백업으로 주로 기용됐다. 타율 2할1푼9리, OPS 0.604의 성적은 커리어 로우였다.
어쩌면 스프링캠프야말로 살아있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절실함을 어필하는 등 베테랑의 가치가 높을 시점이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이미 그 역할을 해줄 선수는 있고, 그보다는 차세대 유격수 찾기가 더 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실적으로 두 선수가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김민성은 2루-3루-유격수가 다 되는 내야 멀티에 우승까지 경험한 라커룸 리더의 존재감, 노진혁은 한방을 기대할 수 있는 왼손 대타와 1루-3루 백업으로 기회를 노려야하는 처지다. 그 경쟁에서 한발 물러난 위치임은 분명하다.
두 선수에게도 기회는 있다. 롯데 퓨처스 팀 역시 오는 2월 11일부터 3월 7일까지 25일간 대만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스프링캠프 동안, 특히 2차 캠프로 넘어가기에 앞서 인원 변경이 이뤄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또 1~2군 캠프가 겹치는 열흘 가량의 시간 동안 김태형 감독의 눈이 2군 선수들을 놓칠리도 없다.
또 스프링캠프는 정규시즌이 시작하기 전 준비단계일 뿐이다. 프로야구는 정규시즌만도 144경기나 치르는 초장기 레이스다. 1군 선수들의 부상이나 부진으로 공백이 생길 여지는 언제든지 있다. 올해 첫 좌절을 겪은 노진혁과 김민성은 때를 기다려야하는 입장이 됐다.